2019. 12. 18. 14:29ㆍ일상
어제는 오래간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데이트할 때는 이상하게 영화를 잘 못 봤네요. 직장이 꽤나 먼 편이라 여자 친구와 평일에 영화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림 롯데시네마에서 여자친구와 저녁 먹고 영화 보고 집에 돌아갈 적당한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가 있는 것 같아, 아마도 처음인듯한(?) 평일 영화 데이트를 했습니다.
사실 포드 v 페라리가 유명해서 그걸 볼까도 했지만 영화 끝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이브스 아웃을 선택했죠.
그리고 또 이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갖고있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누구인지, 장르는 무엇인지, 심지어 출연 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꽤나 재밌었다는 글만 스쳐 지나가듯 보고 "그럼 한번 볼까?" 하는 생각만 있었죠.
우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기대하지 않고 봤더니 정말 괜찮은 추리영화였다!" 입니다.
물론 제 취향의 영화라 기대하고 봤어도 재밌게 봤을 겁니다만은... ㅋㅋ
아래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영화는 한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이 할아버지는(할란 역) 성공한 미스터리 추리소설가이자 권위적인 할아버지입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커피잔에서도 그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할란의 85번째 생일이었죠.
가족 모두가 거의 집에 모여 늦게까지 생일파티를 한 후 그의 자식, 손주들은 그 집에서 함께 잡니다.
그리고 그는 그다음 날, 칼로 목을 그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할란은 매우 유명한 미스터리 추리소설 작가였습니다. 며칠 뒤 그의 자살을 조사하러 온 경찰들과 사설탐정 중에서도 그의 팬이 있을 정도였죠. 저는 이 장면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의 007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보통의 영화였으나 스토리가 괜찮아 약간의 인기를 끄는 영화 정도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캡틴 아메리카도 나오는 걸 보고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007과 캡아가 함께 나오는 추리 영화라니.. ㄷㄷㄷ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의 캐스팅에서 처음 놀랐습니다.
다시 영화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추리 영화가 그렇듯이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한 명씩 그날의 알리바이와 살해 동기 등을 조사합니다.
경찰은 가족들이 하나같이 살해 동기가 없고 핏자국 등을 볼 때 자살임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사를 마무리하려고 하지만 블랑은 뭔가 의심적인 부분이 있다며 결정을 며칠 미뤄달라고 요청하죠.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할란과 자식들의 갈등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는데요.
생일 당일에 몇몇 자식 혹은 손자와 말다툼이나 고성이 오간 것이 밝혀집니다.
악역으로 나오는 크리스 에반스(랜섬 역)는 생일파티 시작도 전에 집을 나가버리기도 하죠.
이 장면에서 얼굴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몰랐으나 나중에 유언장을 확인하기 위해 모인 장면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두 번째로 놀랬습니다. 아니! 캡아도 나오다니!!
역시나 악역이라 그런지 이 장면에선 꽤나 껄렁껄렁하고 재수 없게 나왔습니다. ㅋㅋ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마르타의 등장신에서도 속으로 헉!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여자 친구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영화 초반 등장 신중에 상반신 옆얼굴 클로즈업 샷이 있었는데 정말 헉소리나게 예쁘더군요.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히로인 마르타가 거짓말을 생각만 해도 토를 한다는 설정은 어이없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꽤나 재밌는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설정으로 인해 블랑의 추리를 진행시켜나간다는 점에서 말이죠.
마르타는 외국에서 온 할란의 간병 도우미입니다. 매우 성실하고 설정에서 보여주듯 거짓말을 못하죠. 그래서 할란의 가족들도 그를 가족이라고 생각할 만큼 존중받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말이죠.
마르타는 매우 성실하게 할란을 옆에서 돌봐줌으로, 할란으로부터 그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됩니다.
사실 할란은 자식들이 하나같이 조금씩은 마음에 들지 않아 죽기 전에 그의 유언장을 수정했습니다. 그의 모든 재산이 마르타에게 상속되도록 말이죠. 할란의 자식들은 모두 어느 정도 할란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자식들의 마음가짐이나 돈을 빼돌리는 짓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엔 모두 지원을 끊기로 합니다. 그리고 생일 당일 낮 할란과 말다툼을 하던 랜섬이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상속자가 할란의 사망에 원인이 있으면 상속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마르타가 할란을 죽인 것처럼 꾸미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할란이 잠들기 전 주사를 맞고 편히 잠들라는 의미에서 마르타가 모르핀을 주사해줍니다. 그런데 두 약이 뒤바뀌어 몰핀을 과다 투여하게 되고 해독제조차 없어 할란은 10분 후에 죽을 운명이 되고 맙니다. 할란은 구급차를 불러도 10분 내에 도착하지 않을걸 알고 마르타의 실수를 덮어주고자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마르타를 위해 진실만을 말하게 하면서도 살인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게 작전을 알려주고 자살하고 맙니다.
저는 이 장면도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첫째로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르타를 위해 살 길을 생각해주는 판단력, 그리고 죽기 전 약물로 인해 죽지 않고 칼로 목을 그어 마르타가 느낄 죄책감을 덜어주려 했던점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할란의 자식들은 마르타를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르타의 성실함 때문에 그녀를 인정한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유언장 발표날 마르타가 할란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기로 하자 가족처럼 대하던 할란의 자식들의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타의 출신 국가를 가족들이 모두 다르게 말한다는 점(에콰도르, 우루과이, 브라질 등), 상속이 결정되자 다음날 집에 찾아와 그녀의 어머니가 불법 체류자임을 이용해 협박하는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랜섬이 그녀를 돕는 척하며 마르타를 이용하자 일은 점점 더 꼬여갑니다.
이쯤에서 어떻게 결말을 낼지 궁금했습니다.
마르타도 거액의 상속재산 앞에서 약간은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이,
마르타는 정공법을 택합니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속을 포기하며,
자신의 죗값을 받기로 하죠. 그리고 모든 가족 앞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물론 설정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007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007이 캡틴 아메리카를 진실로 제압하는 것이죠.
블랑은 랜섬의 계획을 모두 알아차리고 마르타를 보호합니다.
마르타는 약을 뒤바꾸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며 약과 모르핀을 모두 정량 투여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성실함으로 약품의 라벨을 보지 않고도 두 약품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으며 진심으로 할란을 대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때, 자신의 실수를 숨기지 않고 진실로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추리 영화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게 하다니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 감독의 편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 블랑의 추리를 너무 간단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막바지 영화의 결말 부분에 블랑의 추리는 너무 뜬금없이 블랑의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진실을 밝힌다는 점이죠.
영화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영화 곳곳에 실마리를 남겨두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슈퍼 히어로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정리하면,
나이브스 아웃은 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더욱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정이긴 하지만 마르타처럼 인생을 거짓 없는 진실로 대하게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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